Monday, April 1, 2013

자음 명칭의 혼동과 훈몽자회(訓夢字會)

자음을 읽을 때의 혼동과 훈몽자회(訓夢字會) 


자음 'ㄱ'을 간혹 '[기역]'이 아닌 '[기윽]'이라고 잘못 읽는 사람이 많다. 'ㄴ, ㄹ, ㅁ...'을 '니은, 리을, 미음 등'에서 있는 일정한 규칙성에서 유추하여 'ㄱ'을 읽다 보니 이와 다른 'ㄱ'을 규범과 다르게 읽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ㄷ, ㅅ'의 이름은 '디읃, 시읏'이 아니라 '디귿, 시옷'이라고 되어 있어 있다.
 훈민정음 창제 당시에 자음을 어떻게 읽었다는 명확한 기록은 없으나 자음을 읽는 방법에 대한 실마리는1527년(중종 22) 최세진이 지은 '훈몽자회'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내용의 일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초성종성통용팔자(初聲終聲通用八字)
ㄱ(기역, 其役) ㄴ(니은, 尼隱) ㄷ(디귿, 池末) ㄹ(리을, 梨乙)  ㅁ(미음, 眉音) ㅂ[비읍, 非邑)  ㅅ(시옷, 時衣) 
ㅇ(이응, 異凝)

초성독용팔자(初聲獨用八字)
ㅋ(키, 箕) ㅌ(티, 治) ㅍ(피, 皮) ㅈ(지, 之) ㅿ(치, 齒) ㅇ(이, 伊), ㅎ(히, 屎)


'初聲終聲通用八字'는 '초성과 종성에 모두 쓰이는 8자'라는 의미이고 '初聲獨用八字'는 '초성에만 쓰이는 8자'라는 의미이다. 이것은 종성에 올 수 있는 자음의 종류에 제한이 있음을 업급한 것이다. 한편 글의 규칙을 생각하면 'ㄱ, ㄷ, ㅅ'의 이름은 '기역'이 아니라 '기윽', '디귿'이 아니라 '디읃', '시옷'이 아니라 '시읏'이 되야 할 텐데 그렇지 않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ㄱ의' 경우에는 '읃, 읏'과 더불어 '윽'을 음으로 가진 한자는 없다. 따라서 그 한글창제에는 '윽'과 음이 비슷한 '役(역)'을 택했다. 'ㄷ'의 경우에는 이두를 써서 '末' 자에서 뜻인 '귿'을 썼다. 현재 독법으로는 末은 '끝 말'이지만 그 당시에는 '귿 말'이라 읽었다. 마찬가지로 '池'도 '지 말'이 아니라 '디 말'이라 읽었다. 'ㅅ'의 경우에는 '衣'의 뜻 '옷' 을 차용했다. 이는 방점으로 음이 아닌 뜻으로 읽으라는 주석을 달아 놓았음에서 알 수 있다.  또한 한글 창제 당시 '治'의 음은 [치]가 아니라 [티]였다.




 근대에 들어서는 1930년에 언문철자법(조선총독부 제공, 공포한 한글맞춤법)에서 맞춤법을 제정할 때는 한글 'ㄱ, ㄷ, ㅅ' 자모의 명칭을 관례를 존중해 ‘기역, 디귿, 시옷’을 그대로 두었다. 그리고 범례에 한 자씩만 붙어 있던 초성독용8자(初聲獨用八字)의 이름을 두 자씩으로 했는데 이는 표기 방법의 변화를 합리적으로 반영한 것이다.  당시 조선총독부의 언문철자법에서는 'ㅈ, ㅊ, ㅋ, ㅌ, ㅍ, ㅎ'의 이름을 ‘지읒, 치읓, 키윽, 티읕, 피읖, 히읏’으로 정한 바 있었다. 그러나 1933년 한글맞춤법통일안에서는 대부분 명칭을 그대로 따랐지만, 불합리하다고 판단되는 ‘키윽, 히읏’을 ‘키읔, 히읗’으로 바로잡았다. 그리고 1989년 한글맞춤법에서도 이 자모의 명칭을 그래도 사용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덧붙여서 'ㅋ, ㅌ'과 관련하여 오늘날의 규범상 'ㅋ'은 '키옄'이 아니라 '키읔', 'ㅌ'도 '티긑'이 아니라 '티읕'이 규범상 맞다고 하겠다. 








참고 웹사이트 및 문헌

윤재열(2010):한글 자모 이름의 유래
이진호(2005):국어음운론강의 95p.